<Track Drawing> series
2024
퍼포먼스 비디오
<Track Drawing : 1mins (이하 1mins)> 에서는 시간을 ‘1분’으로 고정해두고, 1분간 각기 다른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을 실험한다. 이를 위해서 트랙 가운데에 위치한 축구장 라인을 활용하였다. 운동 경기를 위해 그어진 여러 개의 라인은 각기 다른 길이—거리를 가진다. 나는 이 라인으로부터 총 9개의 서로 다른 거리 조건을 만들고, 각 라인의 처음과 끝을 1분간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수행하였다. 그렇게 되면 가장 짧은 거리(19m)는 1분에 맞추어 도착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느린 보폭으로 걸어야 하며, 가장 긴 거리(344m)는 1분 안에 도착하기 위해 전속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 따라서 나의 몸이 1분간 이동하는 속도와 움직임은 9개의 거리에서 서로 다르게 드러난다.
이렇게 <1mins>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주어진 거리가 행위의 규칙이 되는데, 그 규칙이 최종적으로 나의 몸의 움직임을 결정짓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골 에어리어 박스의 가로 길이는 19m인데, 나의 평소 보폭으로는 15초만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정된 1분에 몸의 이동 속도를 맞출 수 있게 아주 천천히 걸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나는 1분을 초 단위로 나눈 뒤, 최대한 나의 보폭의 정도를 일정하게 조율하며 나의 몸을 시간과 거리에 맞게 움직이는 데에 힘을 써야 한다. 마치 시계의 초침을 보지 않고 60을 세어 1분을 맞추듯이, 나는 시간에 맞는 속도를 찾기 위해 여러 번의 걷기와 뛰기를 반복하였다. 이러한 과정 안에서 나는 나의 모든 신체의 감각을 이동의 행위에 집중시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1mins>에서의 시간-거리는 오로지 '나의 몸'의 이동 방식에 의해 측정되기에, 내가 '어떻게' 이동하느냐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단위 실험은 주어진 시간과 거리를 '나의 시간과 거리'로 번역해보기 위한 수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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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Drawing: 29'25">
2 채널 비디오 (각 00:29:25)
<Track Drawing : 29’ 25”(이하 29’ 25”)>는 트랙 위에서 뛰는 행위를 기록한 작업이다. 이번에는 출발 이후 쉬지 않고 달리는 과정을 통해 나의 체력이 닳아가면서 발생하는 속도의 변화를 포착하였다. 이 작업의 경우 나의 몸의 이동에 수반되는 실시간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목표였기에, 트랙의 출발 지점과 반 바퀴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동시에 녹화를 진행하였다. 따라서 두 화면에는 내가 출발지점을 지날 때와, 반 바퀴 지점을 지날 때 나의 움직임과 이동의 속도가 드러난다. 빠른 속도로 출발한 뒤 처음에는 1분 17초 만에 반 바퀴 지점을 통과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나의 속도는 느려지고, 각 화면에 내가 등장하는 시간의 간격이 점점 늘어난다. 그러다 마지막 바퀴쯤에는 뛰는 것을 멈추고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의 몸이 더 이상의 이동을 거부하면 작업이 끝난다. 즉, 여기서 뛰기와 걷기라는 이동의 행위는 오로지 나의 체력에 의해 끝이 결정되는 것이다. 제목인 29분 25초는 당시 나의 몸이 최대한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이동시간이다. 또한, 속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29' 25”>에서는 흘러가고 있는 물리적 시간을 함께 보여준다. 즉, 나의 이동의 시작과 끝을 리얼타임 그대로 기록하는 과정은 행위 자체가 수반하는 필연적인 시간성과 해가 뜨고 지는 자연적 조건으로서의 물리적 시간을 동시에 제시하며, 결국 그 모든 조건 안에서 '나의 몸'이 어떻게 이동하며 시간을 점유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