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Time Drawing / Waiting 온 타임>
2023~
59초의 드로잉과 59분 1초의 기다림, 종이에 펜, 각 29.7x 42 cm, 영상 도큐먼트

2023년 5월 1일 처음 시작된 <On Time Drawing/ Waiting>​은 '24시간 동안 작업이 가능한 날'마다 계속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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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간은 구체적인 개념이다. 무엇이 일이고, 작업이고, 노동인지가 모호한 일상과 미술의 경계에서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기준점이다.

<온 타임 On-Time Drawing / Waiting>은 나의 행위와 관련해 ‘시간’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이다. 나의 삶에서 시간은 나의 행위를 측정하거나 통제하는 지표이자 단위로서 작동해 왔다. <온 타임>에서는 임노동을 측정하는 보편적 단위인 시간을 활용하여 나의 ‘미술 노동’의 측정을 시도한다. 나는 미술 행위를 포함하여 일상에서 수행하는 모든 행위를 하나의 노동으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 측정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하루 동안 매 정각을 기록하는 ‘24시간 작업’을 고안하였다. 내가 설정한 작업의 규칙은 아래와 같다.

 - 하루 24시간 동안 매 정각을 기록한다.
- 숫자로 정각이 유지되는 시간은 약 59초, 빈칸을 채우는 행위도 59초간만 진행한다.
 - 매 정각마다 최대한 빠르게, 도면을 완벽히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 ‘24시간 동안 작업이 가능한 날’마다 진행한다. 

나는 먼저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의 ‘작업하는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책상 위 디지털시계의 숫자를 측정의 도구이자 지표로 삼았다. 디지털시계는 정각마다 ‘0N : 00’의 숫자를 나타낸다. 그리고 정각을 지시하는 숫자는 약 59초간 유지된 뒤 곧 ‘0N : 01’로 바뀐다. 나는 시계가 정각으로 유지되는 이 짧은 순간에 시계에 보이는 숫자를 종이 도면에 드로잉하여 매 정각을 기록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말 그대로 24시간 동안 정각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나의 하루를 먼저 스물네 개의 한 시간으로 조각내고, 다시 그 한 시간을 정각을 드로잉하는 ‘59초’와 다음 정각을 기다리는 ‘59분 1초’로 조각낸다. 즉, 24시간 작업이란 나의 24시간을 ‘드로잉하기’와 ‘기다리기’의 행위를 통해 온전히 미술의 시간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온 타임>에서 ‘드로잉하기’와 ‘기다리기’는 나의 미술 노동을 시간으로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명백한 ‘미술 행위’로 작동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술 행위를 파생시키는 것은 내가 자의적으로 부여한 ‘규칙’이다. 이전보다 명확해진 규칙과 그에 의해 통제되는 행위는 일차적으로 일상과 미술을 분리한다. 24시간 작업을 ‘반복 수행’한다는 규칙 또한 이러한 분리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만약 <온 타임>이 일회적인 작업이었다면 이 행위는 일상과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는 정도의 수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규칙에 따른 행위가 여러 날에 걸쳐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과정을 통해 <온 타임>은 나의 일상과는 구분되는 미술로 구현된다.
    한편, <온 타임> 내의 미술 행위는 또 다른 ‘시간’의 효과 안에서 나의 일상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시간의 효과란, 첫째로 59초와 59분 1초라는 ‘규칙으로서의 시간’이 드로잉하기와 기다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실시간 감각’으로 전환되는 효과이다. 다시 말해 24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규칙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규칙에 대한 인지보다 오히려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감각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의 59초에 부여한 정각에 숫자를 드로잉한다는 큰 규칙이자 전제는 점차 ‘59초간 어떤 순서와 속도로 어디부터 칠할 것인가’와 같이 행위 수행 과정 자체에 대한 생각으로 대체된다. 기다리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각을 기다리던 시간은 점차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지고, 이로 인해 59분 1초는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여백의 시간이 된다. 두 번째 시간의 효과는 행위의 반복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더 이상 단위가 아닌 하나의 시간선을 구축하게 되는 효과이다. 반복 수행으로 인한 행위와 시간의 축적은 일차적으로는 일상과 분리된 ‘미술’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작업을 일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지속하는 과정에서 규칙은 이제 루틴으로 전환되며, 결국 작업 과정이 거의 일상과 유사한 형태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24시간 작업하는 날’이 나의 일상과 완벽히 일치할 수 없는 미술 노동이 수행되는 특정한 날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여러 일상적 조건 속에서 ‘24시간 작업이 가능한 날’을 미리 찾아내고, 예정된 날 작업을 계획대로 수행하는 과정은 다른 일상의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과 동일한 체계로 운영된다.
    정리하자면, 규칙화를 통해 행위와 시간의 관계를 재규정하는 실험이었던 <온 타임>에서는, 나의 미술 노동을 측정하고 가시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미술 행위를 고안하였고, 그 행위는 반복적으로 수행되면서 행위 자체가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실시간성을 감각하게 하였다. 미술 노동을 일상적인 노동과 동일한 척도로 측정해보기 위해 도입된 ‘시간’은 처음에는 구체적 행위를 지시하고, 그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규칙’이었다. 규칙으로서의 시간은 나의 일상과 미술을 일시적으로 분리하지만, ‘24시간’, 즉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되고 지속되면서 그 시간은 곧 ‘시간선’을 이루게 된다. 그 결과, 나의 미술과 나의 일상이 유사한 형태가 되어 양자의 경계가 다시 모호해진다. 이 작업에서 비롯된 일상과 미술의 새로운 중첩과 충돌은 <온 타임>의 규칙이 지켜지지 못한 순간들로부터 출발한 작업인 <정각을 놓친 순간 Missed Time>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설치 전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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