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1)>
2020
단채널 영상 (00:39:28), 혼합재료, 가변설치
올해 초 귀국했을 때, 이미 가족들이 이사한 후여서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새로운 그 집에는 내 방도 없었고, 내 가구들도 이미 버려져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시점에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나는 한동안 낯선 그 집 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그렇게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새로운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 되었다. 나는 길게 늘어난 집 안의 시간 속에서 사적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와 그것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생각의 시발점인 현재 상황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2020)
<Home(1)>과 <Home(2)>이렇듯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변화하는 외부적·사회적 상황 속에서 나의 사적 공간을 형성하기 위한 일련의 시도이다. 나의 '집'은 물리적인 요건을 넘어 나의 '점유'를 통해서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점유란 즉 흔적을 남기는 것인데, 여기서 내가 선택한 점유의 방식은 아주 일상적인 행위 중 하나인 '청소'이다. 나의 것이 될 수 없는 곳에서 내가 정한 규칙을 가지고 청소함으로써 그 순간에 나는 그곳을 점유한다. 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기존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점유는 여러 가지 외부 상황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또한 그곳은 내가 부재한 순간 곧바로 외부공간이자 공용공간이 되어버리기에 나의 집은 아주 일시적으로만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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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