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ed Time 정각을 놓친 순간>
2024~

정각을 놓친 시간 모음 (2025년 1월)
<온 타임 On-Time Drawing / Waiting>은 나의 24시간을 온전히 미술의 시간으로 전환해본다는 구조를 바탕으로, 내가 설정한 규칙을 지키며 수행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잠이 들어버리거나, 59분 안에 다시 책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등 정각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벌어진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정각을 놓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다. 스물네 번의 기록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못한 것이다. <정각을 놓친 순간 Missed Time>은 이처럼 정각을 놓쳐 숫자를 드로잉하지 못한 <온 타임>도면의 빈 공간에서 출발하였다. 처음 <온 타임>에서는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작업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작업을 반복할수록 정각을 기다리고 드로잉하는 행위가 몸에 익어갔고, 규칙은 점차 루틴이 되었다. 그 결과, 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최대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각을 놓쳐버린 찰나의 순간들에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다. <온 타임>의 결과 드로잉을 보면 어떤 날의 몇몇 정각은 도면이 비어 있다. 이 도면에는 나의 24시간 중 성공적으로 규칙을 지켜낸 순간과 동시에 그 규칙으로부터 우연히 미끄러진 사건 또한 기록되고 있던 것이다.
<온 타임>을 지속적으로 수행한 기간이 일 년에 가까워지면서 나의 행위의 축적 과정을 돌아보았고, 그로부터 나의 일상과 미술을 관통하여 흘러간 한 시간, 하루, 그리고 일 년의 시간선을 그려보았다. 2023년의 나에게 24시간 작업이 ‘가능한 날’은 이제 24시간 작업이 ‘가능했던 날’이 되었으며, 그날은 ‘몇 개의 정각을 놓쳤던 날’이기도 했다. 나는 <온 타임>을 처음 시작한 2023년 5월 1일 이후 정확히 일 년이 되는 날인 2024년 5월 1일을 앞두고 그동안 놓친 정각만을 모아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 년 전에 비워진 채로 남은 순간을 일 년 후 다가올 같은 날에 새롭게 채워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23년 5월 1일에 놓친 오전 6시, 오전 8시를 2024년 5월 1일의 오전 6시, 오전 8시에 다시 기록하는 것이다. 24시간 작업이 가능한 날을 임의로 선별하여 진행한 <온 타임>과 달리, <정각을 놓친 순간>은 <온 타임>에 의해 작업을 수행하는 날이 미리 정해진 프로젝트가 되었다.
<온 타임>은 디지털시계가 있는 나의 방이나 작업실 책상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날의 나의 동선은 그 책상으로부터 왕복 약 59분 거리 이내로만 제한되었다. 이번에는 나의 사적인 장소에 놓인 탁상시계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이 보는 공공 시계를 찾아가 놓친 시간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내가 설정한 <정각을 놓친 순간>의 규칙은 아래와 같다.
- <On-Time Drawing / Waiting>의 24시간 중 놓친 정각을, 일 년 뒤 같은 날짜에 다시 기록한다.
- 외부의 공공 시계를 찾아가 놓친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 매번 다른 시계를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찾아갈 시계의 위치에 따른 이동 거리와 이동 시간을 미리 계획하여 진행한다.
<정각을 놓친 순간>에서는 <온 타임>의 ‘드로잉하기’와 ‘기다리기’라는 다소 정적인 행위를 확장해 보고자 했다. 24시간 동안 정해진 규칙 안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었던 행위는, 미리부터 그날을 기다리며 공공 시계의 위치와 이동 동선을 계획하고, 정해진 날 정각에 그 위치까지 도달하여 사진을 찍고, 다음 시계까지의 이동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고, 다시 다음 시간을 찾아 이동하는 등의 여러 행위로 대체된다. 매번 새로운 시계를 찾아간다는 규칙 또한 나의 행위의 범위를 계속 확장하기 위한 설정이다. 나의 생활 반경에 가까운 시계로부터 놓친 시간을 다 찾고 나면, 내가 찾아가야 할 시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나의 이동 시간은 길어지며, 결국 어느 순간 행위 수행의 강도가 나의 일상의 범주를 이탈할 만큼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돌아올 각각의 날들은 마치 기념일처럼 작동하고, 나는 정해진 날을 기다리며 일 년 전 놓친 시간을 다시 기록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각 날의 일 년 뒤, 나의 생활 반경인 서울을 기점으로 여러 장소에 위치한 공공 시계의 시간을 찾아 이동한다.
<온 타임>과 <정각을 놓친 순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병행되고 있는 작업이다. 2024년 5월 1일 이후, 나는 계속해서 ‘24시간 작업이 가능한 날(온 타임)’과 ‘일 년 전 24시간 작업이 가능했던 날(정각을 놓친 순간)’에 두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현재의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24시간 작업이 가능한 날을 계속 찾고 있으며, 동시에 과거 24시간 작업이 가능했던 날에 놓쳤던 시간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미래의 그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On-Time Drawing / Waiting 과 Missed Time 중 5월 1일

Missed Time 중 5월 1일 / 5월 28일 / 6월 4일

On-Time Drawing / Waiting 과 Missed Time (2024년 6월 12일 설치)

On-Time Drawing / Waiting 과 Missed Time (2024년 8월 30일 설치)
<Missed Time> detail cut














<Missed Time> 중 시계 도큐먼트 (2024년 11월)

On-Time Drawing / Waiting 과 Missed Time (2025년 1월 19일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