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룸 Gray Room> 
2025
가벽 시공, 벽면에 샌딩, 그라인딩, 가변크기

<그레이룸 인덱스 Gray Room: Index>, 2025, 시멘트, 혼합재료, 시트 프린트, 가변크기

‹그레이룸›은 아마도예술공간의 1층 전체를 하나의 재료로 삼고, 공간의 물리적 조건이 변화해 온 궤적을 추적하고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의 입구가 되는 방은 마치 쇼윈도우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쇼룸’으로 통칭되며 화이트큐브와 가장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쇼룸’을 지나 문을 열고 마주할 수 있는 ‘1층 복도’와 이에 딸린 3개의 방은 그 내부로 진입할수록, 지난 10여 년간 전시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거친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그레이룸›은 이처럼 공간의 물리적⸱양식적 간극에서 출발해, 벽면의 색과 거칠음의 강도를 기준으로 공간을 여섯 단계-층위로 구분한다. 가장 바깥의 쇼룸의 ‘화이트(강도1)’에서 시작해 가장 안쪽인 복도는 ‘블랙(강도6)’으로 설정되는 식이다. 이에 ‹그레이룸›은 ‹그레이룸 인덱스›가 지시하는 기준에 따라 가벽설치나 페인트칠, 샌딩, 그라인딩 등 전시 공간에서 흔히 실시되는 ‘원복’ 행위를 통해 1층 공간을 하나의 흑백 그라데이션처럼 연결한다. 즉 각각의 공간을 화이트큐브 상태로 개선하거나, 반대로 페인트를 벗겨내 벽면의 과거 레이어를 표면화함으로써 폐허성을 강조하는 식이다. 
이처럼 ‹그레이룸›은 ‘원복’ 행위를 통해 보편적으로 인식⸱통용되는 ‘전시장 다움’ 또는 ‘대안공간 다움’의 물리적 조건을 6개의 모델로 제시한다. 이는 애초부터 전시 공간으로는 매우 애매한 아마도예술공간의 물리적 조건을 극화하는 동시에, 공간의 기존 상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 공간의 중간지대적 상태를 가시화한다. 
수많은 작가와 작업, 전시의 흔적으로 뒤덮여 온 아마도예술공간은 언제나 과거의 흔적이 오늘의 새로운 조건이 된다. 공간의 시간을 벗겨내거나 덧대는 ‹그레이룸› 역시, 이 전시 이후에도 그대로 놓여 향후 아마도예술공간의 새롭고도 낡은 물리적∙환경적 조건으로 작동할 것이다.
*작품 제작 및 협력: 노한수
사진: 조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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